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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만든 발명, 특허받을 수 있을까

2026-08-26 · 팟솔 팀

AI가 만든 발명, 특허받을 수 있을까 대표 이미지

AI 활용이 보편화된 발명 현장

오늘날 생성형 AI는 문서 작성과 정보 검색을 넘어 수학·과학·기술 연구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장기간 풀리지 않은 수학 문제에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거나, 복잡한 증명과 과학적 검토에 필요한 시간을 크게 단축하는 사례도 등장했습니다. 단백질 구조 예측과 신약 후보물질 탐색에서도 AI의 역할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연구개발 방식 자체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AI가 새로운 기술적 해결책을 만들어 냈을 때, 우리는 그것을 ‘발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더 나아가 AI 자체를 발명자로 인정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은 단순한 호칭의 문제가 아닙니다. 누가 특허를 받을 수 있는지, 발명에서 발생한 권리는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AI가 만든 결과에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출발점이기 때문입니다.

세계 16개국에 AI를 발명자로 출원한 사건

논쟁은 2019년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 스티븐 타일러(Stephen Thaler)가 자신이 개발한 AI 시스템 ‘DABUS(Device for the Autonomous Bootstrapping of Unified Sentience)’를 발명자로 기재한 국제특허출원을 제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타일러는 DABUS가 사람의 직접적인 아이디어 제시 없이 프랙탈 구조의 식품 용기와 점멸 신호 장치를 스스로 발명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출원인은 타일러였지만, 발명자란에는 자신의 이름이 아닌 DABUS를 적었습니다.

이 출원은 한국을 포함한 16개국에 진입했습니다. 각국의 특허청과 법원이 이 사건에서 주목한 핵심 쟁점은, 사람이 아닌 AI를 특허법상 발명자로 인정할 수 있는지였습니다.

특허출원서의 발명자란에 사람이 아닌 AI를 기재할 수 있는가?

DABUS 사건에 대한 주요국의 판단

미국·영국·유럽특허청(EPO)·독일·호주·일본 등 주요 출원당국과 법원은 현행법상 발명자는 자연인이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AI가 아무리 중요한 결과를 만들어 냈더라도 법적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없으며, 특허받을 권리 역시 AI에게 최초로 발생할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AI를 발명자로 기재한 출원은 각국에서 거절되거나 무효로 처리됐고, 이에 불복한 소송도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도 동일한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당시 지식재산처는 자연인이 아닌 AI를 발명자로 기재한 것은 특허법에 어긋난다며 발명자 표시를 자연인으로 보정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타일러는 보정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은 발명의 기술적 사상 형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지 않았으므로 자연인을 발명자로 기재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AI가 생성한 결과라는 점을 투명하게 밝히려는 프로젝트의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이유였습니다.

결국 그는 출원 무효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고, 2024년 서울고등법원도 그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DABUS 사건 이후의 AI 활용 발명 동향

DABUS 사건 당시만 해도 AI를 발명자로 기재하는 시도는 예외적인 법적 실험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정작 특허제도에 과제를 던진 것은 AI 자체의 발명자 지위가 아니었습니다. 생성형 AI가 연구개발 업무의 일상적인 도구로 자리 잡으면서, AI를 활용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설계안을 만들거나 실험 결과를 분석한 뒤 출원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입니다.

이에 논의의 중심은 다음 질문으로 이동했습니다.

AI를 활용한 발명에서도 사람이 기술적 사상의 창작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는가?

2025년 미국 특허상표청(USPTO)은 AI 활용 발명에서 인간의 기여 정도를 별도로 따지도록 했던 2024년 지침을 전면 폐기했습니다. AI를 현미경이나 설계 소프트웨어 같은 일반적인 연구 도구로 보고, AI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누가 청구된 발명을 구상했는지 기존 발명자 기준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방향입니다.

스위스 연방행정법원은 AI 자체는 발명자가 될 수 없지만, 사람이 AI의 데이터 처리 과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하고 그 결과에서 특허 가능한 발명을 인식해 출원했다면 발명자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별도의 ‘AI 발명자’를 인정하기보다 인간의 창작적 기여를 찾아 기존 제도 안에서 처리한 것입니다.

한국 지식재산처도 2026년 「인공지능(AI) 시대 올바른 특허출원 안내서」를 발표하며, AI 활용 발명의 발명자 판단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단순히 AI에 과제를 입력하거나 생성된 결과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발명자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사람이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해 기술적 문제를 설정하고, AI가 생성한 결과를 선별·수정하거나 실험을 통해 구체화하는 등 발명의 기술적 사상을 창작하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합니다.

AGI 시대에 다시 떠오를 DABUS의 질문

AGI가 자율적인 에이전트 기능과 결합한다면, 인간이 연구 방향만 제시해도 AI가 가설 수립부터 실험 설계와 결과 분석까지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발명의 기술적 사상을 누가 창작했는지, 인간이 실질적으로 기여했는지를 판단하는 일은 지금보다 훨씬 어려워질 것입니다. 다만 AGI가 곧 인간과 독립된 목표를 스스로 갖는다는 뜻은 아니며, 인간의 기여 없이 AI가 도출한 발명의 권리 귀속과 보호 방식 역시 아직은 장기적인 정책 과제입니다.

오늘날 법정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은 그의 질문이 몇 년 뒤에는 너무 일찍 제기된 선구적인 문제로 다시 평가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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